업비트는 어떻게 국내 1위가 되었나
업비트는 2017년 10월, 핀테크 기업 두나무가 선보인 암호화폐 거래소다. 당시 암호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던 시기였고, 업비트는 깔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빠른 대응력, 무엇보다 카카오 계열이라는 인지도 덕분에 단숨에 주목받았다.
특히 미국의 대형 거래소인 비트렉스(Bittrex)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코인을 상장했고, 카카오 계정 연동과 실명 인증 기반 로그인 시스템을 통해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업비트는 거래량 기준 국내 1위로 올라섰고, 한때는 세계 시장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업비트가 기존 거래소들과 차별화된 점은 접근성과 편의성에 있다. 초창기에는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이 불편했고, UI도 복잡했지만 업비트는 모바일 앱 환경, 간편한 코인 구매 방식, 연동된 보안 서비스 등으로 사용자 경험을 앞세웠다. 이런 전략이 젊은 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했고, 결과적으로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가파른 성장, 반복되는 논란
하지만 빠른 성장만큼 논란도 잦았다. 2018년에는 업비트가 허위 주문을 넣어 거래량을 부풀렸다는 ‘자전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업비트는 실제 자산 없이 고객 잔고를 표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2020년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일단락됐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거래소 운영의 투명성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정 코인의 상장과 급등, 그리고 갑작스러운 상장폐지 등의 이슈는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공정 거래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업비트가 발표한 상장 기준과 내부 심사 과정을 둘러싼 불투명성은 “국내 1위 거래소도 믿기 어렵다”는 여론을 만들었고, 일부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2025년, FIU의 강력한 제재 사전 통지
2025년 3월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업비트에 대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사전 통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한 번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번 제재는 단순한 행정 처분이 아니라, 국내 최대 거래소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다시 묻게 만든 사건이었다.
FIU에 따르면 업비트는 고객확인제도(KYC)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약 70만 건에 달한다. KYC는 거래소 운영의 기본 의무이자,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핵심 절차다. 이러한 이행 실패는 실명계좌나 신분증 인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으며, 특금법 위반에 따라 건당 최대 1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만약 FIU가 모든 건을 위반으로 본다면, 업비트가 부담해야 할 과태료는 수천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
또한 FIU는 업비트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한 정황도 함께 조사 중이다. 이는 특금법상 명백한 위반에 해당하며, 단순한 과실로 치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업비트는 3월 20일까지 해명을 제출해야 하며, 최종 제재 수위는 21일 공개될 예정이다.
시장 반응과 업계 우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주가가 급락했다. 그동안 상장 기대감과 수익성에 기반해 고평가되던 기업가치가 순식간에 흔들린 것이다. 또한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투자자 사이에서는 "실제로 제재가 확정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KYC 등 기본 보안 절차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순히 규정을 지키지 못한 것을 넘어서, 거래소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은 점점 더 높은 수준의 규제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 거래소들이 이에 뒤처질 경우 해외 투자자나 프로젝트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이번 사태가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거래소들이 시스템과 규정을 전면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가 드러난 만큼, 이를 고치고 개선하면 오히려 신뢰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업비트 측은 FIU에 충실히 소명할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시스템 개편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며
업비트는 한국 암호화폐 시장을 대표하는 거래소로서, 빠른 성장과 함께 수많은 성공을 이뤘지만 그만큼 많은 비판과 논란도 함께 겪었다. 이번 FIU 제재 사전 통지 사건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국내 가상자산 산업 전체의 신뢰도와 관련된 중대한 이슈다.
앞으로 업비트가 어떤 해명을 내놓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국내 거래소 산업 전반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이 시장의 규범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더 깊은 불신을 남길지는 업비트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